공간을 경험하는 키워드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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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경험하는 키워드 ‘지속가능성’

제품을 보고 감탄하는 것에서 지나,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경험을 하는 시대다. 어떤 공간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시대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파악할 수는 있다. 어떤 것이 중요한 문제로 남을까? 개울에서 사금을 찾는 카우보이처럼 ‘공간 경험’의 진면목을 찾는다.

변화하는 공간
공간 경험의 다양화

지난해 4월 홍대에 라이즈호텔이 들어섰다. 개관 초부터 SNS 피드를 가득 메웠던 이슈 메이커, 라이즈호텔. 그게 단지 훌륭한 인테리어와 호텔 특유의 공간감이나 서비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라이즈호텔은 정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맛집 투어를 즐기는 이들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타이푸드 전문점 ‘롱침’, 샌프란시스코 발 베이커리 ‘타르틴’이 그것. 문화 경험을 즐기는 이라면 호텔 지하의 ‘아라리오 갤러리’, LP 바 ‘사이드노트 클럽’에 들러볼 만하다. 호캉스를 즐긴다면 아티스트를 객실 디자인에 참여하도록 기획해 한 층 감각적으로 꾸민 객실 투숙을 선택한다. 라이즈호텔의 트렌드 키워드는 어쩌면 오감으로 즐기는 문화 경험이었던 셈.

라이즈호텔은 마치 지금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공간 경험의 종류를 한 곳에서 모아 놓은 테마파크와도 같다. 골목마다 훌륭한 공간들이 즐비하고, 그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들은 더 다양하다. 그 많은 경험들 중 어떤 공간을 선택해 경험해 볼까?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라이즈 호텔 로비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등장하는 타르틴 베이커리. ⓒ인테그

라이즈호텔의 객실 ‘ARTIST SUITE’. 박여주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공간. ⓒ인테그

이제 우리가 만나는 공간의 대부분은 경험을 디자인한 곳들이다. 경험이 디자인 된다는 것은 사용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심은 사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서, 어떤 기억을 만들어 내느냐로 옮겨간다.

경험을 이루는 기억
공간이 창조하는 새로운 영역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종완 소장은 ‘공간 경험’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 그의 저서 <공간의 기분>에는 “기억에서부터 취향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등장한다. 사용자가 공간에서 갖게 될 기억에 집중하며 공간의 소재와 동선, 경험의 방식까지 디자인 하는 김종완은 단순한 ‘실내 디자이너’가 아닌 ‘공간 전략 디자이너’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의 ‘소공동 설화수 스파’는 소재와 동선으로 공간의 경험을 극대화하도록 디자인 되었다.

‘공간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가 공간의 결을 결정한다. 상업 공간에서는 그런 것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성동구와 마포구, 용산구 등 소위 ‘잘 나가는 동네’의 좋은 공간을 만들어 온 퍼스트 펭귄이 내는 공간의 결은 그래서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디자인 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짐짓 사유를 일삼게 된다. 시선은 주변 환경에 머물게 되고, 기물들은 공간에 묻어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더퍼스트펭귄이 디자인한 ‘Lawns’ 카페 디자인. ⓒTFP

더퍼스트펭귄의 ‘진정성’ 카페 디자인. ⓒTFP

더퍼스트펭귄은 세 문장으로 자신을 정의하는데, ‘우리는 디자인 스튜디오 입니다’, ‘공간과 브랜드를 만듭니다’, ‘미래를 바꾸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에 고스란히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담겨있다. 공간에 전략을 담는 이유와 그들이 하는 일에 관한 정확한 설명인 셈. 공간에 따라 사람의 행동패턴이 변하고, 쓰는 단어와 표정이 달라진다. 그게 미래를 바꾼다. 아마도 공간으로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은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거길 찾는 사람들의 미래가 바뀌길 기대하며 종이에 그림을 그려내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일상의 경험에서 일상으로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주거공간

지난해 가을 경기도 용인에 카페와 이벤트, 가구 전시를 위한 공간인 ‘빌라 드 파넬’을 오픈한 프렌치 모던 가구브랜드 ‘파넬’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을 통해 가구를 판매한다. 프렌치 모던으로 대표되는 편안하고 우아한 공간, 높은 층고와 교외의 햇빛은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두세시간을 너끈히 날 수 있는 공간이다. 파넬이라는 브랜드는 가구가 아니라 경험을 전시 한다. 집에서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서울 외곽에 자리잡은 빌라 드 파넬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짧은 여행지로도 좋을 공간. ⓒ빌라드파넬

빌라 드 파넬 내부 전경. 편안히 쉬며 가구들을 경험할 수 있는 창고형 공간. ⓒ빌라드파넬

밖에서 이런 희망들을 경험한 이후, 언제부턴가 우리는 집에 집중한다. 공간 디자인이 앞으로 보낼 한시간과 내일 할 생각 그리고 종국에 미래를 바꾸는 일이라면, 집에 그런 것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는 별로 없다.

아파트멘터리가 컨설팅 및 시공 한 아파트 케이스. 아파트멘터리는 비교적 적은 시공으로 주거 공간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아파트멘터리의 경우 그런 우리의 니즈를 굉장히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도서 <인테리어 원 북>의 저자이기도 한 윤소연 대표는 아파트멘터리를 통해 ‘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더 오래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주거 공간을 삶을 더 아름답게 바꾸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이들의 인테리어 서비스의 목적. 이들의 생각대로, 지속가능한 공간일 때 삶은 비로소 씬(scene)이 아닌 내용(context)을 담을 수 있다.

경험의 확산
도시개발로 확장되는 지속가능성

공간의 경험은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목표지점에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간의 범위를 도시로 넓힌 사례들이 이미 그 시작점을 함께하고 있다. 성공적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손꼽히는 ‘신진말’ 그리고 ‘by 을지로’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신진말 프로젝트

인천시 서구 가좌동의 소규모 산업단지였던 신진말은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소장과 라이마스 조명의곽계녕 대표, 건축그룹 지랩 등 디자이너의 주도 아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외지인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즐기는 공간이 된 이곳에서는 ‘문화’가 자생하고 다시 도시가 소생하는 순환이 일어났다.

2018년 ‘by 을지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화성 디자이너와 모던라이팅의 컬래버레이션 제품.

‘by 을지로’ 프로젝트의 경우 지역의 상인들과 디자이너가 합을 이뤄 을지로만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고민한다는 의의를 두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역량을 많은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도록 을지로 제조사와 유통연합이 합세한 것. 을지로 골목은 넘치는 창의력을 기반으로 다시 살아나, 디자인 선순환의 미래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디자이너가 말하는 ‘공간 경험’
핀란드에서 찾은 지속가능성의 이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다뤄왔던 핀란드에서는 그에 대한 오랜 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지난 해 12월 개관한 헬싱키의 미술관 ‘Amos Rex’부터 사우나 ‘Löyly’까지.

Amos Rex ⓒMika Huisman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곧 가장 좋은 품질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명이 길다는 것은 유지와 보수가 쉬울 뿐 아니라 아름다운 주변 자연 환경을 오래도록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게 ‘잘 된 건축’ 아닐까요? 더 나은 품질은 가장 나은 결과를 이끌어 냅니다.

_ JKMM Architect
페이비 메로우넨(Amos Rex 디자이너)

Löyly ⓒkuvio.com

우리의 목표는 건물에 들어선 이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이 그 건물을 어떤방식으로 경험하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공간을 일종의 탈 것으로 삼아 더 나은 경험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거죠. 그리고 미래의 세대 역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래요. 그래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합니다. 신중한 설계와 높은 수준의 시공만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건축물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_ AVANTO Architects
빌레 하라(Löyly 디자이너)

공간에 대한 개념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공간에서의 경험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되는 일은 우리 삶 가장 안쪽으로 들어온 참이다. ‘어떤 공간을 경험 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10년 후의 문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2019-10-31T10:20:52+00:00